[PS5] 프래그마타 – 재미는 있었지만 인상적이진 않은.
독특한 해킹 전투와 어린 소녀 안드로이드로 출시 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던
캡콤의 신규 액션 어드벤처.
내가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최근 갓 오브 워처럼
보조 캐릭터로 어린아이가 등장해 부성애,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재를
싫어하는 편이다. 그래도 캡콤의 신규 IP에 메인 디렉터도 한국 사람이고
여러모로 화제작이라 같이 구입한 바이오하자드 레퀴엠보다 먼저 시작했다.
으레 소재가 한정되어 있는 달 기지가 배경인 만큼 이야기의 기본 골자는 심플하다.
달 기지의 AI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켜 모든 우주인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주인공은
안드로이드들을 처치하면서 탈출을 감행.
게임 초반에 주인공과 만나게 되는 안드로이드 소녀 ‘다이애나’는 예전에 디렉터 인터뷰에 따르면
초기부터 설계된 캐릭터가 아니고 중간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합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다이애나는 그냥 단순한 NPC가 아니라 전투 시 해킹을 담당하는 공격 보조 수단이자
게임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인데 어린아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내가 봐도
꽤 흥미롭고 매우 적절한 캐릭터 선정으로 느껴진다.
다이애나를 ‘공격 보조 수단’이라고 무미건조하게 표현했지만 사실 이 게임의 메인이다.
기존 TPS 어드벤처의 일반적인 사격 공격과는 다르게 다이애나의 해킹 공격이
타 게임과의 큰 차별성이기 때문. 게다가 이 해킹 퍼즐 공격을 우선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주인공의 일반 공격은 거의 데미지를 주지 못하는 수준이라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해킹이라는 요소를 퍼즐(일종의 길찾기 게임)로 만들어 전투에 도입한 건
나름 신선한 감각이긴 하지만 이야기 전개는 그렇게 흥미롭진 않다.
심플하고 목적성은 분명하지만 전개가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인데다 스토리까지 짧다.
이런저런 서브 콘텐츠가 추가되어도 될 법한 설정을 봤을 땐 꽤나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다이애나를 단순히 주인공과 붙여 쓰기만 하는건 좀 아까웠다. 주인공이나
다이애나가 단독으로 움직이는 내용이라던지 해킹외의 플레이가 좀 더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그리고 설정이라곤 해도 NPC가 너무 없었던 것도 좀 아쉽고.)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플레이 타임이 짧지만 회차 플레이나
스피드런 등 충분히 반복해서 재미있게 즐길수 있는 요소가 있다.
그런데 프래그마타는 그 짧은 메인 진행이 그렇게 흥미롭지 못하고
각종 업그레이드와 셋업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내가 렙업이 되었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장도 거의 느낄수 없다.
당연히 앞서 플레이한 요소를 승계해 2회차를 하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 들지 않는다.
(바이오 하자드도 렙업을 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초반에 비해 중후반은
사용 무기가 늘어나고 탄도 여유로워지기 때문에 내가 강해진 느낌을 받는다.
무한탄이나 로켓런처등 게임을 편하게 즐기기 위한 콘텐츠를 얻기 위해
여러 번 회차 플레이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당연히 플레이 타임이 늘어난다.)
장르 특성상 사이드 퀘스트도 없기 때문에 볼륨을 채우기 위해 넣어놓은 언노운 시그널은
갑자기 게임이 플랫포머 장르가 되어 버려서 재미있다기보단 억지로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다이애나의 재롱잔치로 게임을 한다는 농담이 있지만 그것도 잠깐이고
해킹 후 공격이라는 반복되는 전투가 뒤로 갈수록 좀 지겨웠다.
장비와 무기가 늘어나도 해킹을 우선적으로 해야한다는 선행조건이 달라지지 않는다.
손에 땀을 쥐는 전투라기보단 그저 해킹보드를 보면서 방향키로 이동하기 바빴다.
접근 자체는 흥미롭지만 뛰어난 전투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모듈 장비를 통해 나만의 전투 캐릭터를 꾸미거나 해킹 전투 플레이를 보조하는
장치들이 꽤 있지만 그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차피 모든 전투는 적의 공격 전에 빠르게 해킹을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그래도 일단 깔끔한 단편 작품을 플레이했다는 느낌으로는 괜찮다.
주인공인 휴와 다이애나는 잘 만들어진 캐릭터고 게임 전체 그래픽도 상당히 뛰어나다.
달 기지 내에서 무중력 느낌이 잘 표현되어 있어 우주에서의 플레이라는 느낌도 좋다.
엔딩도 내용 자체는 괜찮은데 필연적으로 엔딩을 두 번 보게 되는 구조라
추가적인 연출이 없는 건 아쉬웠다.
(게임의 리소스들은 굉장히 잘 만들어져 있지만 게임이 왜 작게 느껴질까.
비록 히트작도 없는 디자이너 나부랭이지만 나름 게임 회사를 이십몇 년 다닌 경험으로
유추해보면 그런게 아닐까 싶다. 프로젝트가 오랫동안 진척없이 머물러있다가
뒤늦게 방향성이 결정되어 거기에 맞춰 부랴부랴 추가 개발을 해서 급하게나마
상품으로서 모양새를 갖추게 된 프로젝트. 물론 내 상상일 뿐이다.)
어쨌든 한 번은 흥미롭게 해볼 만한데 2회차를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름 아껴가면서 천천히 했고 총 플레이 타임은 32시간 정도.
내 기대가 너무 컸나? 빨리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이나 시작해야지.
올해 캡콤 어드벤처는 아직 귀무자가 남아있으니까 그걸 기대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