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5]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 – 레트로 스타일 ARPG의 정수
뭐랄까 제목이 조금 유치해서 그런지 별 관심이 없어서
이 게임을 스퀘어 에닉스가 개발한 줄도 몰랐다.
그리고 체험판을 4시간이나 플레이하는 동안에도 HD-2D를 활용한
다른 스튜디오의 게임인 줄 알았다.
진득이 진행해 보니 재미가 좀 붙길래 뒤늦게 검색을 해봤는데 그때서야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5, 일명 아사노 팀의 게임이란 걸 알았네.
HD-2D 그래픽을 좋아하지만 처음에 이 게임에 흥미를 가지지 못한 이유는
이 타이틀 일러스트 때문이기도 하다. 명색이 스퀘어 에닉스의 게임인데 타이틀 퀄리티가..
새 IP일수록 시선을 끄는 일러스트가 중요한데 이런 아마추어 학원생이 그린 듯한
매력 없는 그림이니 제작 스튜디오가 어디인지 어떤 게임인지 관심이 갈 리가 없지.
요시다 아키히코의 매력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동 스튜디오의
옛날 작품 옥토패스 트래블러보다 못해서야..
사전 정보 없이 체험판을 다운로드 받아 총 4시간 정도의 초반 챕터를 먼저 플레이했다.
HD-2D의 그래픽은 꽤 좋았지만 쿼터뷰 젤다의 전설을 지나치게 벤치마킹한 느낌과
주인공을 포함해 매력적이지 못한 캐릭터들 때문에 게임 본편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요즘 딱히 이거다 싶은 게임도 없어서 찍먹이나 더 해보자 하고 패키지를 구매했다.
본편을 일정 이상 진행해 보니 젤다의 전설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지만 던전이나
퍼즐의 난이도가 낮아서 부담이 없고 마석을 모아서 조합해 무기의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하는 부분이 꽤 재미있다.
초반 전개는 너무 정석적인 왕도 RPG 느낌이 있지만 이것도 진행할수록
자연스럽게 상쇄되는 편.
레벨링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RPG라기보단 액션 어드벤처가 맞겠지만
마석 업그레이드와 생명의 조각을 통해 캐릭터의 스펙이 성장하기 때문에
결국 ARPG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HD-2D 그래픽은 버전업이 많이 되었는지 여태 나온 이 스튜디오의 게임 중 가장 좋다.
최신 게임이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트라이앵글 스트레티지처럼 3D 회전 뷰를 지원하느라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보다는 역시 고정된 뷰가 HD-2D의 퀄리티에 맞는 것 같다.
주인공이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 장르인데 맵을 여러 번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영리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맵을 반복해서 플레이해야 하기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으나 던전, 필드의 디자인이 완전히 동일하진 않고
던전 플레이의 난이도도 낮기 때문에 크게 단점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현재와 세 가지의 미래, 총 4개의 필드가 있음에도 콘텐츠 볼륨은 협소한 느낌이 든다.
전투는 타격감도 좋고 무기의 활용도도 높다. 능력치가 서로 다른 마석을
한정된 코스트 내에서 조합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데
이 마석이 랜덤 뽑기로 나오기 때문에 중독성도 있다.
무엇보다 모든 무기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칼, 창, 해머, 사슬낫, 부메랑, 활, 폭탄 중에서 두 가지를 공격 버튼에 할당하는데
무기마다 각자 싸우는 재미가 있어서 버릴 게 없었다.
너무 레트로 게임스럽게 8방향으로만 공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플레이하다 보면 이조차도 약간 의도된 느낌이 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동료인 요정 페이는 옆에서 떠들면서 여러 가지 보조 역할을 하는데
이동 속도 보조, 공격 외에도 게임 진행에 대한 다양한 에스코트 기능을 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중요 아이템을 얻는 퍼즐은 전부 페이의 기능으로 풀어야 한다.
(그리고 플레이어 2로 쓸 수도 있다.)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대화의 빈도를 줄이는 기능도 있던데
게임 초반의 공주에 비하면 떠드는 게 꽤 귀여워서 그냥 뒀다.
이왕이면 대사도 더 다양했으면 좋았을 텐데.
퀘스트 중간중간 등장하는 보스전의 경우 약간의 퍼즐 요소를 동반해서 싸우게 된다.
보스 자체도 그렇게 어렵지 않고 필드를 구석구석 뒤져가며 진행했더니 보스전을 하는 시점에는
HP도 높고 마석으로 인한 무기 성능이 높아져서 한결 편하게 싸울 수 있었다.
후반엔 거의 사슬낫과 해머로 무쌍 플레이를 했는데 이때쯤엔 몰아치는 쾌감이 상당하다.
난 방패는 자주 안 썼지만 패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방패와 검을 이용한
패링 플레이도 꽤나 재미있을 듯하다.
하지만 결국 이 게임은 보스전보다는 맵을 구석구석 뒤져서 상자를 다 찾는 게 메인 콘텐츠다.
초반엔 좀 유치한 듯했지만 전체적으로 스토리도 괜찮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인물들의 접점을 찾고 최종적으로 이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되는데 심플하면서도 감동이 있다.
총 세 번의 엔딩을 거쳐 진엔딩을 보는 구조도 좋았다.
(아사노 팀의 브레이블리 디폴트가 엔딩 구조가 비슷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들 올곧고 순수해서
옥토패스 트래블러보다는 좀 심심한 감이 있긴 하지만.
옥토패스 트래블러와 동일한 엔딩 일러스트 연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괜찮은 게임이었다.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진행.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5라고 불리는 아사노 팀의 게임은 취향만 맞다면
실패하는 게임이 없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나 브레이블리 디폴트의
턴제 전투도 좋지만 역시 실시간 액션의 직관적인 전투가 좋긴 하다.
다만 전체 볼륨은 작고 이 게임도 스튜디오 5의 다른 게임들처럼
다회차를 할 만한 요소가 없는 게 조금 아쉽다.
어쨌든 레트로 ARPG를 나름 훌륭하게 리뉴얼한 게임으로 시간이 갈수록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걸 보면 나도 옛날 게이머가 되긴 한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