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5] 대륙의 패자 리뉴얼 – 옥토패스 트래블러 0 후기

2020년에 일본, 2023년 12월에 한국에서 출시했던 모바일 게임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가 리메이크되어
‘옥토패스 트래블러 0’라는 이름의 콘솔판으로 출시되었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대륙의 패자’는 스퀘어 에닉스가 개발하고
넷이즈가 한국 퍼블리싱을 맡아 지금도 서비스중으로 아는데,
1부에 해당하는 오르스테라 대륙 편을 콘솔로 만든게 이번 작품이다.
설정상 1편의 몇 년 전이 배경이라 1편의 주인공들이 동료로 나온다.
(대륙의 패자 2부인 사이드 솔리스티아에는 패키지 2편의 주인공들이 동료로 나옴.)

옥토패스 트래블러 시리즈를 워낙 재미있게 했는데도 대륙의 패자는 플레이 하지 않았는데
부제가 마치 중국판 무협 소설같은 느낌이 들어 흥미가 생기지 않았었다.
이번 콘솔 리메이크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출시 당일에 워낙 호평이 많길래
부랴부랴 게임을 구해서 플레이해 봤다. 초판 물량이 적었는지 출시일 부터 한달넘게
물량이 없다고 난리여서 어렵사리 사용감이 적은 중고를 구함.

1편과 2편 사이에 모바일로 출시한 게임을 리뉴얼한 버전이라 HD-2D 그래픽이 2편만큼 좋진 않다.
1편의 경우는 플레이한 지가 오래되어 비교가 어렵지만 어쨌든 도트는 좀 튀는 편.
대신 1편의 프리퀄 작품이다 보니 동료로 만날수 있는 1편의 주인공들도 반가웠고
무엇보다 1편의 테마 음악들이 어레인지 되어 수록된 터라 오랜만에 전작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앞선 작품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서사의 기준이 8명의 여행자가 아니라 주인공인 ‘나’라는 것.
기존 작품이 매우 재미있는 RPG임에도 스토리 측면에서 평가가 떨어졌던 이유가,
주인공 8명 각각의 에피소드가 매우 훌륭한 시나리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의
접점이 전혀 없어 전체 스토리의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번 작은 내가 생성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3개의 반지를 찾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후 나머지 5개의 반지를 찾는 오르스테라 대륙의 이야기가 추가되는 식이라
서사 측면에서 좋아할 유저가 많을 듯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인물들 간의 접점이 없더라도 전작의 진행방식이 더 좋았다.
각 인물들마다의 에피소드가 훨씬 완성도 높았던 이유도 있고
굳이 주인공을 한 명 정해놓고 왕도 RPG 플레이를 하지 않는 신선함 때문인것도 같다.

원래도 비극에서 시작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매우 자극적이었던 것 같다.
신의 반지를 손에 넣은 자들에 대한 묘사와 그들의 행위가 매우 적나라해서
악에 맞서야 하는 동기부여가 상당히 강하게 만들어진다.
배신과 음모, 복수를 넘어서 주변사람은 물론 가족과 자식까지 꺼리낌 없이 죽이는 악역들을 보면서
최근에 한 게임중에 이렇게 잔인한 스토리가 있었나 싶을 정도.

전투의 재미는 여전하다.
특히 전투 파티가 기존과 다르게 전열, 후열의 8명이라 전략적인 측면이
매우 다양해졌고 메인 직업과 서브 직업을 선택해 스킬의 폭을 넓히던 방식에서
JP 포인트로 캐릭터의 스킬을 일종의 아이템화 시켜두고 다른 캐릭터나
주인공에게 장착시켜 사용하는 방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어차피 전작의 방식이나 이번 방식이나 결국 캐릭터들이 자기 직업스킬외에
특정직업의 스킬을 추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지만 0쪽이 좀 더 심플한것 같다.

전략을 다양하게 짜볼 여지가 생겼다곤 했지만, 결국 이 게임에선
강력한 딜러를 한 명 두고 나머지 인원들이 버프와 디버프를 담당하는게
가장 효율적이고 난이도를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다른 공략에도 많이 추천하는 것처럼 SP 수급을 할 수 있는 상인 기술 ‘신비의 화살’과
중후반에 얻을수 있는 물리 공격 기술 ‘천본창’으로 매우 널널하게 플레이가 가능했다.

최근 몇년 간의 모바일 게임 트랜드답게 시뮬레이션 요소인 마을 키우기가 있다.
집을 짓고 주민들을 모으며 마을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데, 스토리상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기존작과 다르게 동료들이 많은 만큼 ‘거점’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이곳의 확장에 따라 일종의 버프과 캐릭터 자동 훈련, 자원 모으기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메인스토리보다 이쪽을 조금 더 빨리 진행하는 느낌으로 플레이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듯하지만 이 게임의 대사는 여전히 재미있고 센스가 있다.
가끔씩 웃긴 상황을 묘사하는 대사가 나와 피식 웃게 되는 경우도 있고
스샷처럼 매우 철학적인 대사도 있었다.

매우 재미있게 진행했음에도 후반에는 왜 그렇게 게임을 하다가 많이 졸렸는지 모르겠다.
파티가 안정화된 후 전투 패턴이 단조로워져서 그런가 싶었지만,
특정 인물과 관련된 스토리를 진행하고 그후 그 인물에 대한 얘기가 또 나오고
다시 또 그게 이어지고 하는 식으로 왕도식 RPG의 패턴이 반복되어
조금 지루했던 게 아닌가 싶다.

스토리가 재미 없었다는 건 아니다. 에피소드의 진행과 반전도 흥미진진했고
게임 전반에서 오르스테라 대륙과 성화신에 대한 근원의 역사등
옥토패스1과 연결되는 스토리 전개의 방식도 훨씬 친절하다.
다만 난 원래 옥토패스 트래블러를 영드 ‘블랙 미러’처럼 단편의 이야기로 봐왔는데
이번 0는 마치 시즌제 미드를 보는 것처럼 재미는 있는데 호흡이 많이 길어서
좀 지겨운 그런 느낌이 있었다.

모든 동료가 참전하는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최종 전투.
보스가 강한 건 둘째치고 인원이 너무 많아서 공격 운영을 어떻게 하지 하면서 당황했는데
딱히 생각을 가지고 플레이할 필요가 없었다. 저 많은 인원으로 그냥 버프 한번씩 돌리고
한대씩만 쳐도 되더라. 인해전술이 이런 거였군.

플레이 타임은 약 140시간 정도.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한 1편과 2편보다도
조금 더 플레이했을 정도로 메인 스토리의 볼륨이 컸다.
전작들은 99레벨을 만들고 엔딩 콘텐츠인 히든 보스를 모두 잡았지만 이번 히든 보스는
몇 번 도전해보고 그냥 패스했다. 특별한 공략으로 잡는게 아니라 강한 공격력과 만능 버프가
있는 몇몇 캐릭터를 80레벨 이상으로 키워서 피지컬로 잡아야 할 걸로 보이는데
진엔딩을 봤을때 주인공 레벨이 78이었다. 레벨 노가다가 재미없는 게임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너무 메인스토리가 길어서 그런지 좀 지친 느낌이 있어 나중에 잡기로 하고 일단 스톱.

그러고 보니 1, 2월은 이 게임만 하느라 다른 걸 하나도 못 했네.
어쨌든 기대보다 훨씬 좋았고 3편도 기대된다.
아. 아사노 팀은 브레이블리 디폴트 신작은 안내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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